중국 무역을 진행하다 보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결제 방식은 TT송금이지만, 거래 금액이 커지거나 거래 상대방과의 신뢰가 아직 충분하지 않을 경우 L/C 결제 방식(신용장 결제)을 검토하게 됩니다. L/C는 은행이 개입하는 결제 구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분쟁이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L/C 결제의 기본 구조는 수입자, 수출자, 개설은행, 통지은행 네 주체로 구성됩니다. 수입자가 국내 은행을 통해 신용장을 개설하면, 이 신용장이 중국 수출자 측 은행으로 통지됩니다. 수출자는 신용장 조건에 맞춰 물품을 선적하고, 선적서류를 은행에 제출합니다. 은행은 서류가 조건과 일치하는지를 심사한 뒤 문제가 없으면 대금을 지급하고, 수입자는 서류를 인수해 통관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물품’이 아니라 ‘서류’라는 점입니다. 은행은 실제 제품의 품질이나 수량을 확인하지 않고, 오직 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는지만 판단합니다. 따라서 신용장 조건에 조금이라도 애매한 표현이 들어가면, 서류 불일치로 인해 결제가 지연되거나 거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서류 불일치입니다. 인보이스 날짜, 선적일, 포장명세서 표현, 원산지 표기, HS CODE 기재 방식 등 사소해 보이는 부분 하나로도 결제 보류가 발생합니다. 특히 중국 거래처의 경우, 기존 내수 위주 업체들은 L/C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서류 작성 오류가 잦습니다. 이 경우 수입자가 수정 비용이나 추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L/C 관련 비용 구조입니다. 신용장 개설 수수료, 서류 심사 수수료, 조건 변경 수수료, 지급 수수료 등 생각보다 다양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거래 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TT송금보다 오히려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거래 규모와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 무역에서 L/C를 활용할 때는 반드시 계약 단계에서 신용장 조건을 최대한 단순하게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필요한 증빙 서류를 요구하지 않고, 선적 기간과 서류 제출 기한을 현실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또한 거래처가 L/C 경험이 있는지, 서류 대응이 가능한 업체인지 사전에 확인하는 과정도 필수입니다.

정리하면 L/C 결제는 분명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지만, ‘안전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선택할 결제 방식은 아닙니다.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거래 상황에 맞게 선택했을 때 비로소 장점이 살아나는 결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