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래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가장 크게 놀라는 부분 중 하나가 MOQ(최소 주문 수량)입니다. 한국에서는 ‘필요한 만큼만 주문하면 된다’는 문화가 익숙하지만, 중국 제조·도매 구조는 생산 단위가 기본이기 때문에 소량 주문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MOQ 협상은 단순히 수량을 깎는 문제가 아니라, 공장·도매상과의 협상력, 제품 구조, 원가 구성까지 전부 이해해야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 실무 영역입니다.

MOQ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원자재 패키징 단위입니다. 예를 들어 원단 한 롤이 100m 단위라면 공장은 100m 단위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샘플 10m만 요청해도 공장은 여전히 100m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그래서 MOQ 협상은 원자재 단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둘째, 생산 라인 배치입니다. 기계를 한 번 세팅하면 최소 어느 정도 물량을 찍어내야 공장도 수익이 남습니다. 세팅이 잦아지면 공장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손해가 되기 때문에, MOQ가 높게 설정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특히 금형, 레이저 커팅, 금속류 제품은 초기 세팅이 복잡해서 MOQ 압박이 더 강합니다.

셋째, 판매자의 ‘재고 부담’입니다. 중국 도매시장은 공장 출고 후 중간 도매상들이 물량을 대량으로 선점해두고 판매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그래서 판매자가 이미 보유한 재고가 많으면 MOQ가 낮게 나오고, 재고가 거의 없으면 신규 생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MOQ가 올라갑니다. 이 부분은 플랫폼 정보만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실제로 현지 대행사가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넷째, 제품 자체의 ‘조합형 구조’입니다. 색상 5개, 사이즈 4개라면 조합이 20개입니다. 이 조합이 모두 동일 MOQ가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에, 세부 옵션별 최소 로트를 계산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이 계산을 잘못하면 생산이 뒤틀리고 납기가 밀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MOQ 협상의 핵심은 ‘공장 논리 이해 → 대안 제시 → 라인 분할’입니다.

예를 들어 MOQ가 1,000개라면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1000개 일괄 → 500개 + 500개 옵션 분할 → 옵션 3종 기준 300개씩 조정 → 초기 200개 테스트 오더 후 잔량 생산
이렇게 구조적으로 분할 제안을 해야 공장이 받아들입니다. 단순히 “MOQ 낮춰주세요”라고 하는 것은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MOQ를 유연하게 만드는 ‘관계 관리’입니다.
중국 공장은 새 고객에게는 MOQ를 높게 부르지만,
주문이 반복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낮춰줍니다.

이는 중국식 비즈니스 관계(꽌시)의 전형적인 구조입니다.
반복 주문, 정확한 결제, 문제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쌓여야
MOQ, 단가, 납기 모두가 유연해집니다.

실무에서 보면 MOQ 협상력이 좋은 대행사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공장 구조를 정확히 알고 ‘왜 MOQ가 이렇게 나오는지’를 설명해줍니다.
둘째, 생산을 일으켜본 경험이 많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MOQ 협상은 결국 경험 기반입니다.
수량을 깎는 협상이 아니라, 제조 구조를 해석하고 최적의 생산 로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더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