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매시장이나 1688에서 가격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입자들은 “장난치나?”, “외국인이라 가격을 다르게 부르는 건가?”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공장 내부 구조 자체가 그렇게 움직입니다.

중국 공장은 일반적인 한국 제조업과는 완전히 다른 가격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원가·재료비·공임을 기준으로 비교적 일정하게 단가가 유지되지만, 중국은 공장 내부 생산 라인 배치, 원자재 구매 타이밍, 주간 단가표 업데이트, 그리고 ‘그날의 생산 여유’에 따라 가격이 계속 바뀝니다.

특히 중국에서 가장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라인 점유율’입니다. 예를 들어 한 공장이 3개의 라인만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오늘 A고객에게 500개를 진행하느라 라인 한 칸이 막혔다면 새로운 고객에게는 “단가 조금 올려도 되겠다”라고 판단하는 구조가 됩니다. 왜냐하면 남은 라인은 이미 비용 소진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원자재도 매일 단가가 바뀝니다. 중국은 지역별 원자재 시장(직물, 금속, 고무 등)이 주간 기준으로 가격을 조정하며, 공장은 보통 당일 단가표를 기준으로 미니멈 수량을 확보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 사입자가 같은 제품을 며칠 간격으로 문의하면 전혀 다른 가격이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공장 운영자 입장에서는 단가가 ‘미세조정’되는 것이 일상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오더 단가’가 아니라 중국의 ‘스팟 단가’ 시스템입니다. 즉, 공장은 그날·그 시간·그 라인 상황·그 재고 상황을 기준으로 가격을 업데이트합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 셀러들은 가격 변동에 민감해져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공장과의 관계도 생각보다 빨리 틀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중간 관리자’ 때문입니다. 중국 제조 공장은 대표·공장장·영업 담당자·라인 관리자까지 총 4개의 의사결정자가 존재하는데, 담당자마다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 기준도 다릅니다. 영업 담당자는 수주가 우선이기에 단가를 낮추고 싶어 하고, 라인 관리는 생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가를 높이려 합니다. 결국 이 두 의견이 충돌하면서 가격이 들쑥날쑥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 때문에 사입자나 OEM/ODM 셀러가 가장 신뢰받는 방식은 ‘꾸준한 관계 고객’입니다. 한국에서 “단골 할인” 개념이 있다면, 중국 공장에서는 “고정 파트너 단가”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매달 한번씩 재주문하는 고객에게는 시장 가격이 변해도 공장에서 단가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장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고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에서 가격이 계속 변하는 이유는 장난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구조적인 현상입니다. 라인 배치, 생산 일정, 원자재 가격표, 관리자 성향, 그리고 기존 고객들의 주문 흐름이 모두 합쳐져 가격이 결정됩니다. 이걸 이해하시면 앞으로 가격 협상할 때 감정 섞일 일도 없고, 왜 특정 날에 갑자기 싸지거나 비싸지는지 명확하게 읽을 수 있게 됩니다.